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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리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by 치트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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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8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 김희정 옮김

 

 

경제학은 무엇일까?

 

2019년 10월 어느 날, 날씨가 점점 쌀쌀해져갈 오후였다.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위치한 자주 가는 상해 1898 카페에서 따뜻한 카페모카를 마시면서 유튜브를 보던 중 인기 업로드 동영상에서 2020 미국 대선 관련 영상을 봤다. 영상에는 앤드류 양이라고 하는 대만계 미국인이 나와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 대통령이 되면 어느 정책을 하겠다고 소개하고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한 인터뷰 영상이었다. 앤드류 양이 주장하는 내용은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면 만 18세 이하 미국인들을 제외한 모든 미국 국민에게 매달 1000$를 지급한다"라는 것이었다. 언뜻 들었을 땐 그냥 또 다른 포퓰리즘(?)이겠구나 싶었지만,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 궁금해졌다.

 

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엇에 근거해서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대선 후보라는 사람이?

 

나는 정치적 성향이 꽤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이 정책을 듣고 처음 느꼈던 반응은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나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며 내 정치적 성향이 왜 보수적일까?라는 나 자신한테 묻는 질문에 사실 명쾌하게 대답하지는 못한다. 살면서 어떤 뉴스를 접하고, 어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에 노출이 끊임없이 되면서 결국 오늘날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누군가가 되어있었다.

 

갑자기 문득 부끄러워졌다. 무엇인가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그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지만,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너무나 얕았다. 물론 혹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은 넓지만 얕은 지식(정말 재밌게 본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내가 좀 더 공부해서 내 주장을 어떠한 근거에 입각해서 펼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2020 미국 대선 후보인 앤드류 양의 정책들과 그가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 세상에는 어떤 정책들이 있고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입장은 어떤 면에서 크게 갈리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각종 자료도 찾아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이틀이 지났을 때 즈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진 것은 정치는 경제와 때려야 땔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뒤에 가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경제학자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등 초대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Economics라고 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20세기 초에 들어오면서 이름이 Economics라고 바뀌었는데, 이전의 경제학을 가리키던 단어는 Political Economics였다. 이 단어에서만 봐도 경제는 정치와 분류를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서 정치를 논하기 전에 경제학을 먼저 공부하고 싶어졌고, 상해에 있는 한국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던 중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고 하는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중고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상태는 매우 좋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나 자신이 또 다른 영역에서 지식을 넓혀가려고 하는 것에 매우 자랑스러웠다. 편협하고 틀에 박힌 시야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기가 싫어졌던 나로서는 이 책이 너무나 잘 다가왔고, 장하준 (경제학자, 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님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아래에서 얘기하게 될 내가 느낀 점은 총 4가지인데, 그것은

 

첫째, 사람들은 왜 경제학에 관심이 없고 우리는 왜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가?

둘째, 경제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인가?

셋째, 어떤 경제학 주의가 좋을까?

넷째, 복지는 필요한가?

이다.

 

서론이 길어졌으니,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1. 사람들은 왜 경제학에 관심이 없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경제학을 알아야 할까?

경제학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우리는 거부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고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면,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 자체가 우리에겐 너무나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금리, 복리, 채권, 증시, 신고 전 경제, 보이지 않는 손, 슘페터학파, 제도학파' 등등. 우리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고, 오히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모임에서 이러한 어려운 얘기를 하게 된다면 미친놈(?)처럼 보이면서 타인의 공감도 못 얻고 순식간에 요즘 흔히 말하는 진지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이라면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이란 1인 1투표권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 민주 사회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교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쉽게 말하면 경제학은 돈이다. 세상을 극단적으로 이분법화해서 나눈다면 세상은 판매자와 소비자, 조금 더 어렵게 말하면 수요자와 공급자의 세계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약속한 화폐라는 종이로 물건을 소비하고 판매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경제는 간단하게 이렇게 설명할 수 있지만 더 크게 나아가서는 사회를 설명할 수도 있고, 각 나라의 힘을 가리키는 중요한 것이 바로 돈, 즉 경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빠르고 부단히 발전하는 이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나의 몫을 지키고 나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경제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경제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인가?

 

실제로 표면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경제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모든 생활과 밀접해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이전에는 경제학이라는 것에 대해 어렵게만 느끼고 멀리하던 학문이었는데, 경제학 책을 읽어보게 된 계기는 "돈을 벌고 싶다"라는 아주 조그마한 생각의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즉, 돈을 공부하다 보면 경제를 접하고, 경제를 접하다 보면 정치를 접하게 되고, 정치를 접하게 되면 자연스레 역사를 접하게 되듯, 경제학은 모든 것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기를, 경제학은 경제 그 자체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극단적인 예로, 2008~2009년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 시장의 위기가 도래했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단어 자체의 의미는 주택 담보대출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발단은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대출받은 사람들은 돈을 언제까지 상환하는 것이었는데, 만약 돈을 못 갚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재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집을 팔면 되기 때문에모기지 회사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 채권은 다시 증권회사에 판매되어 대출 자원을 마련하게 됐는데,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를 불이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종이카드 탑이 와르르 무너지듯 금융시장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때의 미연준과 많은 전문가들은 문제가 없다고 했었고 그와 반대로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었다.

경제는 우리 삶의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다른 학문들 즉, 물리학 같은 분야의 학문처럼 정해진 결과를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리의 현재 세계는 인류학의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너무나 짧은 순간에 불과하고 가장 빠른 변화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경제학은 모든 것을 전부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 어떤 경제학 주의가 옳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가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정말 여러 가지의 주의(主义), 학파(学派)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고전주의학파, 신고전주의학파, 자유주의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학파, 마르크스학파, 제도학파 등등... 그중 관심 있었던 학파 중 하나가 신고전주의학파와 케인스학파였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이란, 시장 자체를 가만히 놔두고 정말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끔 놔두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자유방임주의라고도 많이 불리는데, 사실은 요 개념이 먼저 출현했고 이는 고전주의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만들어낸 사상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하며 위와 다르게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를 지향하게 되면서 시장의 자유는 보장하되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시장이 다시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1929년 미국 대공황 시기 루스벨트 대통령이 채택했던 뉴딜정책이 바로 이것이다.이후 1970~80년대 오일쇼크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유가의 급상승으로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가 같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신고전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신고전주의와 자유방임주의가 굉장히 흡사하기 때문에 많이 헷갈려 하는데 그러나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자유방임주의는 정부가 시장에는 전혀 개입을 하지 않고 시장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하고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전주의는 이보다는 조금 더 큰 정부를 지향하며 조금의 정부가 개입이 된다. 이후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는 시장에 문제가 생길 때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제외하고도 정말 무수히 많은 경제학 주의와 학파가 있었는데 나는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수정자본주의가 눈에 띄고 눈여겨볼 만했는데, 그 이유는 가장 스탠더드하고 내 상식에서 이해가 가는 학파들이었고 이를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에 대입시켜서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경제학파의 사상과 주의가 옳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듯 경제학은 그 경제학 자신 자체도 잘 설명하기가 힘든 애매모호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시대에 한 체재와 사상을 추구하는 것은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다. 나는 중국에서 공부를 하는데 중국에 거주하는 유학생들과 어른들이 때때로는 중국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중국이 너무나 빨리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더라도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나라가 부강해진다면 그 정도의 규제와 통제는 필요하다는 입장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발전을 경제의 발전과 동일시하게 되는 이 사회가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4. 복지는 필요한가?

 

경제학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 나는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세금에서부터 모든 것이 출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분법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세금을 많이 걷게 되면 복지가 늘어날 것이고, 세금을 적게 걷으면 자본가와 기업들이 발전하며 경제가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만약 정말 세상에 유토피아가 존재한다면, 북유럽의 국가들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나라 같다. 탄탄한 기반 위에 복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하고 세금을 많이 걷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한다. 의사든 버스기사든 각자의 직업과 위치에 대해 과시하려 하지 않는 문화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대한민국의 어떤 부분과는 상당히 반대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복지는 정말 필요할까? 나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정치적 성향이 어느 정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을 정치적인 색깔을 가지고 접근을 하려고 하는 내 모습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복지가 나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같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젊고 많은 것을 내 손으로 일궈내서 자본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복지는 여전히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잘한 것에 대해서 노력한 것에 대해서 자랑하고 싶고 나타내고 싶은 아직 그런 철없는 대한민국의 한 명의 학생인가 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너무 젊은 나이이기에 벌써부터 먼 훗날 나라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돈을 많이 모아서 회사에서 퇴직, 아니 말이 좋아야 퇴직이지 잘린다고 해도 나는 내 은퇴를 수동적으로 당하고 싶지 않다. 능동적으로 내가 은퇴 시기를 정해서 내 발로 나가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자본가가 되기를 꿈꾸고 이상적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 하에서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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