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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리뷰

개인주의자 선언

by 치트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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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8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친구가 읽으라고 오래 전에 추천해줬던 책 중 하나이다.

나도 이 책에 대해서 인스타그램 글을 통해서 일찍이 접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글에서부터 그 당시 너무 읽고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몇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읽고 독후감을 쓰는 나란...

역시 시작이 반이라지만 그 시작이 제일 힘든 것 같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고나선 이틀만에 다 읽어내렸던 것 같다. 뭐랄까 요즘 답답했던 내 속과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효자손같은 책이었달까?

 

개인주의자선언 표지, 사자마자 앞 표지가 찢어져서 눙물 ㅠㅜ

책 표지에 있는 저 독특한 그림들이 책을 사기 전부터 굉장히 눈을 사로잡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져있는 것 같은데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그들 중 몇몇의 그림자는 색깔도 있다.

 

 

 

개인주의자선언 속표지, 깰끔하당

사실 뒤 페이지에 일상유감이라고 써있는 또 다른 표지가 있는데 귀찮아서,,ㅎ

 

 

 

개인주의자선언, 목차

목차에 있는 프롤로그부터 너무 눈을 사로잡았던 책. "인간혐오"ㅋㅋ

그리고 1부는 "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개인주의자선언, 프롤로그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첫문단에서 자신의 생각을 열기 시작할 때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것부터 너무 좋았다.

이 사람은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인데, 쉽게 말해서 판사이다.

그런데 판사라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서두를 써내려가는 것만 보면 물론 책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보면 사실은 오히려 그렇지않다. 그는 누구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1. 개인주의자라고 고백하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말 들중 "의리", "공동체", "집단문화" 등은 분명 들어보았을 것이다. 언뜻 듣기에 누군가에게는 우리 마음 속 무언가를 뜨겁게 해주는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가장 기피하고 싶은 단어가 아닐까?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회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유교문화와 사상이 깊게 뿌리내려 하나의 예절로 통하며 이가 굉장히 중요시되는 사회인 것 같다. 혹은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로서 대한민국 20세 이상 남자들은 군대에서 약 2년의 시간을 보내고 와야하는데, 대한민국의 기업 문화는 군대의 조직 구조와 다를 것이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때문인지 우리는 자연스레 다같이 활동하고 공동체적인 사상을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고 현재 살아가고있다.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수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소수가 싫다고하고 반대할 때 이상하고 소위 말하는 아싸(?)로 여겨지는 사회,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가 아닐까?

 

서구의 사회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현 서양문화와 발전을 이루었다고 책에서 설명한다. 물론 대한민국도 7-80년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경제 방면 성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문화(?)와 사상(?)이 축적되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우리는 어떤 사상과 문화를 지향해야하는가이다.

 

개인주의라고 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언뜻 이기주의, 이타심과 배려심이 없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지향해야하는 개인주의란 앞에 단어 세글자를 붙여서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오히려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 잡은 집단주의는 또 다른 말로는 집단이기주의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타인의 자유와 공간을 침해한다고도 보여진다. 우리가 정말로 추구해야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는 타인의 시간과 공간 자유를 침해하지않고 사생활을 보장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동체문화의 좋은 점 또한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집단문화를 깎아내릴 수는 없으리. 그러나 남들이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다수가 좋다고해도 나 자신이 싫으면 싫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이런 것들이 보장되는 아니,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사회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상과 문화 위에 새롭게 덮어서 같이 발전해 나아갈 수 있는 더 나아가 지향해야하는 것 아닐까?

 

2. SNS, 인정투쟁의 소용돌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소제목을 그대로 가져와봤다. 책의 저자는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치열한 인정투쟁을 벌이는 와중에 자신을 잃어가는 아수라장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SNS 공간이라고 말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은 현대 사회에서 나와 내 이웃,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까지 한번에 연결해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서 손바닥만한 핸드폰 안에서 또 다른 사회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참 묘한 매체이다. 독백체로 혼자 글을 써도 사실은 그 글은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팔로워들에게 건네는 말이 되어버린다. "비오는데 우울하네……"라고 글을 올리면 과연 이 말은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일까? 설령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나의 속마음은 멀리 저 지구 반대편까지 퍼져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창이라는 또 다른 소사회 속에서 대화의 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사실 비오는데 우울하다는 말은 "비와서 우울한데 얘기할사람? 만날 사람 있어?"라는 나의 속마음을 돌려서 표현한건데, 본인 또한 익명의 인터넷 세상 속에서 직접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에서조차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급급하다.

 

인정투쟁의 소용돌이. 어느새부턴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지않은가? 물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50%는 나의 가치관이 지배를 하더라도, 나머지 50%는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나의 이미지도 만들어지고 나는 그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세상 속에서의 나의 자아라고 생각한다. 부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SNS 속 나의 독백은 결국엔 메아리 퍼지는 외침이 된다. 책에서는 형식과 실질의 괴리 때문에 더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고 한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읽는 이들의 반응을 어느새부터 고려하고 의식하게 되는데 의식하면 할수록 실제 내 모습과 나의 가치관으로부터 더 많이 이탈해 온라인상의 페르소나가 되어간다. 글을 쓰면서 어느날 유튜브에서 보았던 사진, 비디오 촬영을 위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손바닥만한 핸드폰 안 화면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내용으로 SNS에 너무 의존하는 삶을 비판하던 3분 내지 광고가 생각난다. 어떤 이는 내 글을 읽고 '너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난 나중에 내 블로그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정할 수 없다. 나 또한 인스타도 하고 여러가지 SNS를 매일 하는 사람으로서 거짓말은 하기 싫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싶은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 조차 잊어버린채 누군가를 팔로우하고 있지않을까? 나의 색깔과 가치관으로 무장한채 SNS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물론 지금도 충분히 많다) 핸드폰 속 조그맣지만 더 깊고 광활한 SNS 사회는 더 알록달록 개성있고 재밌게 변화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도 가끔 하곤 한다.

사회 초년생으로 입사한 내 위에 있는 나의 선배, 상사들은 과연 신입사원때부터 회식이라는 문화를 좋아했을까?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집단문화에 익숙해져 그에 따라 같이 변하게 된 것일까? 그럼 조금 안타까우면서 무섭기도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황현산 선생의 글

책을 읽으면서 사실 뒤에 내용은 이 사람이 겪었던 경험담들과 에피소드 위주로 엮어진 책이라 내 개인적으로는 앞쪽에 실린 내용들이 비교적 나에게는 더 와닿았고 뇌리를 깊게 스쳤다. 책을 읽고나서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요즘 드는 생각은 나도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나이인데, 고민이 많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책을 읽으면서 친 밑줄 :

- 결국 독백은 외침이 된다. p.40

-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소재)에 대해 내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글을 써봐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p.41

-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잇는 것이다. p.54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p.55

- 서구 민주주의는 인강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하고, 권력자를 철저히 불신해 권력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p.103

- 결국 변한 건 세대라기보다 시대다. p.118

- 이러한 우리 사회의 근미래상을 생각해보면 사회를 통합하는 큰 틀에 대해 같이 고민해야하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사회를 묶어내는 최소한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같다. p.220

 

 

 

오늘의 한 줄 :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유토피아적 환상을 경계하며,

더디더라도 분명히 내일은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대담한 상상을 꿈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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